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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민 기자의 깨톡] ‘와우 클래식’, 불편함이 주는 재미15년 전 구닥다리 게임 ‘와우’, 클래식 버전으로 완벽 부활
서동민 기자  |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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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9  0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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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클래식? 그거 완전 추억팔이 아닌가요?”

2004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가 처음 출시된 이후로 꾸준히 게임을 즐기며 속속들이 ‘와우’를 꿰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재미있던 기억도 있었지만,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때의 ‘와우’는 분명히 불편하고 단조로웠고, 15년에 걸쳐 꾸준히 ‘발전’해온 지금의 ‘와우’가 훨씬 좋았다. 혹자는 “군대 생활이 아무리 추억이라고 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했는데, 딱 그랬다. 그 때를 그리워하는 건 명백한 ‘추억 미화’라고 모두가 확신했다.

‘와우’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블리자드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J 알렌 브랙 블리자드 사장은 2013년 블리즈컨에서 “이전 확장팩을 위한 별도의 서버를 만들 생각은 없느냐”는 유저의 질문에 “없다”고 단칼에 잘라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재미있을 것 같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탱커를 구하기 위해 도시 채널에 수없이 광고를 올렸던 때를 기억하나? 지금은 던전에 가려면 버튼 한번만 누르면 된다. 2년 전에는 버그 때문에 화난적 있지 않나? 그 버그는 여전히 그곳에 그대로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와 J 알렌 브랙이 틀렸다. 2004년 아제로스를 그대로 구현한 ‘와우 클래식’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와우’의 주력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출시 첫날 수만명에 달하는 접속 대기열이 생겼다. 블리자드의 팬이 많은 중국 또한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다들 게임에 접속하고 싶어 아우성이었다. 웬만한 신작 게임보다 높은 인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블리자드코리아는 한국 상황을 감안해 서버를 2개만 준비했는데, 이 중 유저간 전투가 가능한 PvP 서버는 오픈 직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대기열은 9000여명, 대기시간은 수백분에 달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크자 블리자드코리아는 다음날 부랴부랴 서버 수용인원을 늘렸다.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해본 유저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얼라이언스의 시작 지점인 ‘엘윈숲’에서는 게임이 재미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분명히 불편하긴 한데, 계속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걷기만 해도 재미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여러 명이 동조의 뜻을 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날 플레이해보고 실망해서 꺼버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음날에도 재방문한 사람들로 서버 분위기는 활기찼다.

   
 

과연 이들의 평가가 진심인지, ‘와우’ 경력 15년차 기자가 실제로 ‘와우 클래식’을 플레이해봤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아니, 예상보다 훨씬 더 불편했다. 퀘스트를 어디서 수행해야 하는지 맵에 표시되지 않으니 한참을 헤맸다. 달랑 하나뿐인 스킬로 늑대를 하나씩 때려잡아야 하는데, 타격감은 실종된지 오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2~3마리를 연이어 잡고 나면 주저앉아 마나를 회복해야 했으며, 여러 마리에게 둘러싸이면 순식간에 빈사상태가 됐다. ‘이런 게임을 그 때는 잘도 했구나’라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재미는 있었다. 머리는 분명히 재미없다고 말하는데, 몸은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단언컨대 ‘추억 미화’는 아니었다. 도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와우 클래식’의 매력이 있었다. “뭔가 X같은데 계속 하게 된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됐다.

물론 ‘와우 클래식’의 성공에는 ‘와우’ IP가 가진 본연의 힘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와우’가 15년간 서비스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경험했고, 게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왕년에 ‘와우’가 얼마나 잘나갔는지 안다. 만일 ‘와우 클래식’이 완전히 새로운 IP의 게임이었다면 15년전의 찰흙 같은 구닥다리 그래픽을 가진 게임에 누가 관심을 줬을까 싶다.

그러나 IP의 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와우 클래식’을 플레이해본 동료 기자는 그 원인을 MMORPG의 근원적 특성에서 찾았다.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으니 뭘 해도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와우 클래식 베타테스트 때도 해봤는데, 그 때는 필드에 나 혼자 뿐이라 정말 재미없었다”며 “하지만 정식 오픈하고 나니 정말 재미있다. 엉성한 사람들끼리 다같이 모여서 파티를 맺고 사냥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MMORPG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험이 드물다보니, 그의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모바일 MMORPG에서는 진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필드를 돌아다녀봐도 ‘대규모 다중 사용자’는 없고 자동사냥만 즐비하다. 반면 ‘와우 클래식’에서는 저레벨 사냥터부터 진짜 사람들이 북적인다. MMORPG에 목말랐던 사람들이라면 누더기만 입고 다녀도 충분히 재미있을만 하다.

   
 

불편함 자체에서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퀘스트를 하기 위해 힌트가 숨겨진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맵을 뒤져 몬스터를 한땀한땀 사냥하고, 전리품을 일일이 줍고, 소중하게 모은 폐지를 푼돈으로 바꾼 후 다음 장소를 찾아서 한참을 달린다. 요즘 게임에서는 ‘편의성’을 이유로 사라진 것들이다. 어쩌면 요즘 MMORPG들은 ‘트렌드가 변했다’, ‘유저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게임의 잔재미를 너무 쉽게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클래식’을 내세운 다른 게임들처럼 ‘와우 클래식’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면 지금과 같은 열띤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와우 클래식’을 올드 게이머들만 즐긴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북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올라온 설문조사에 따르면, 5만3000여명의 ‘와우 클래식’ 유저들 중 18세에서 24세의 젊은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1.4%나 된다. 이들 대부분은 ‘와우 클래식’으로 처음 ‘와우’를 경험해보는 사람들이다. ‘와우 클래식’을 통해 새로운 피가 계속 수혈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와우 클래식’이 당면할 장기 서비스 여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출처: 레딧]

결론적으로 ‘와우 클래식’이 잠깐 반짝하는 ‘추억팔이’에 불과할 것이라는 15년차 ‘와우’ 유저이자 기자의 예상은 흑역사가 됐다. 적어도 대부분의 유저들이 최고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당분간은 ‘와우 클래식’은 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고 레벨에서 만나는 엔드콘텐츠인 레이드던전은 험난하고 지루하겠지만, 레이드는 ‘와우 클래식’이 가진 많은 매력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그동안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PvP 콘텐츠가 킬러콘텐츠로 각광받을 수도 있다. 지금의 ‘와우’에서는 보기 힘든, 라이트 유저들도 참여할 수 있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사이의 대규모 전쟁이 재현되길 기대해본다.

게임톡 서동민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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