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9.19 14:40
오피니언외부칼럼
[이재정 문화칼럼] 화산섬 제주에 바친 ‘이중초상화전’김영갑-박훈일이 이끈 섬, 7년째 건진 내 사진 속 슬픈 ‘이중초상화’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0.23  07:32:4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한림항의 거대한 공장건축물은 그냥 축배를 들 와인잔 같아 보인다. 사진=이재정]

“공이 두 번 튀고 나서야 그가 공을 잡을 수 있었다(The ball bounced twice before he could reach it).”

제법 멋진 전시 서문의 배경, 이중초상화(Double Portrait)를 주제로 잡은 고백의 글로 시작해야 한다. 

서울서 튄 공이 처음으로 다다른 곳은 2012년 화산섬, 중산간 삼달리 5월의 풍경 속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김영갑이라는 사진가였다. 또 이른 새벽 도로 위에서 사진가 박훈일을 만났다. ‘5월 제주 중산간의 사진’, 내 손에 쥐어졌던 첫 번째 공은 ‘사진’이었다.

   
[심방의 일상. 사진=이재정]

사진 속 중산간 안개는 신비함 그 자체였다. 우울하다 몽롱하다 그렇게 중산간 안개 속을 헤매다 ‘제주 신화’를 만났다. 형태로서 제주굿을 통해 몇몇의 심방들을 만났고 또 아내를 만났다.

나를 화산섬에 이끈 건 사진이었다. 머물게 만든 건 중산간의 안개였다. 오름 뒤 노을보다 또 올레꾼보다 심방들이었다. 서순실 심방, 오춘옥 심방, 오용보심방... 그렇게 안갯속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이름이다. ‘2월 제주 입춘-영등에 등장하는 신(神)’, 내 손에 쥐어졌던 두 번째 공은 ‘제주굿’이었다.

심방도, 해녀도 중산간도, 오름도 노래하던 모든 것들은 이미 사라질 대상들이지만 사진 속으로 걸어들어온 그들의 몸짓은 예술이자 위안이었다. 구복이 아니라 예술이었음에 감사한다.

   
[제주공항 반대 운동이 벌어지는 모습. 사진=이재정]

나는 ‘화산섬’에서 7년째 살고 있다. 그러다 ‘화산섬’은 어느새 나의 두 번째 자아가 되었다. ‘화산섬’이라는 괴물은 매일 아침 아름다운 풍광을 서걱서걱 갉아 먹고 나는 나를 갉아 먹고 산다.

자연을 빛으로 시간 안에 머물게 하는 사진 작업이 옳다는 확신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싹둑싹둑 제주 자연을 먹어치우는 괴물을 박고 있다. 괴물, 아주 적확한 표현이다. 얼마간 지나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르는 화산섬은 괴물의 다른 이름이다.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섬의 성주는 ‘국가’라는 이름을 팔고 도성의 백성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섭생에는 관심이 없다. 덕분에 내 마음의 평화는 섬뜩섬뜩 사라진다.

   
[싹둑싹둑 사라지는 제주 자연들. 사진=이재정]

섬에는, 도성 안 백성들은 이방 군대의 전설을 안고 산다. 100년 전 여몽항쟁 시대, 70년 전 해방 후 4.3 시대 ... 화산섬에서는 늘 죽임의 행진이 있었다. 그때는 사람이 죽임의 대상이었고 지금은 자연이라는 차이일 뿐, 또 그때는 이방 군대가 주체였고 지금은 ‘국가’가 주체로 나서고 있으니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사진은 마르셀 샤갈의 그림 샤갈의 ‘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Double Portrait with Wine Glass)’를 연상한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연인 벨라와의 결혼을 환희로 은유한 작품이다.

   
[ 4.3을 노래하는 사람들 공연 모습. 사진=이재정]

와인 잔을 들게 한 샤갈의 그림과 대신 총을 든 이방군대의 잔상(혹은 초상)을 은유한 나의 작품은 샤갈의 그림에게 바치는 연서 같은 것이다. 사랑하다 떠나버리면 더 큰 상처로 기억에 남는 첫 사랑처럼. 처음으로 사랑한 화산섬을 버리는 나의 방식이다.

나의 제주의 ‘이중초상’ 사진들은 대구 김광석 거리, 파주 헤이리, 서울 성북동을 거쳐 다시 서울 용산 마다가스카르 갤러리에서 다음달 15일까지 4번째 뭍사람을 만나고 있다. 

두 개의 마음, 두 개의 눈, 두 개의 시선은 빛을 통해 한곳에서 만난다. 대담한 색상은 특별한 구성은, 실종된 시간도, 부조리가 담긴 주머니도 모두 한라산을 깎아 누울 자리를 잃은 섬 안 사람들의 이중초상이다. 실종한 그들에게 이 전시를 바치는 이유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아이콘정리=박명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자동등록방지 이미지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1
소니 플스5, 가격 499달러 확정…11월 12일 발매
2
펄어비스, 전 직원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 깜짝 선물
3
‘던파’, 슈퍼계정 등장?…네오플 “철저한 진상 조사중”
4
24K 도금 플스5 나온다…가격 1200만원 ‘깜짝’
5
[단독] ‘승리호’, 펀딩 목표 못채워…“청약기간 연장”
6
위메이드, 액토즈에 2조5600억 손배소…게임업계 사상최대
7
[게임별곡] 스퀘어, 소니 이적에 닌텐도 야마우치 격분
8
플스5, 첫 글로벌 CF 공개 “새로운 기능 선보인다”
9
신정환, 포커게임 모델 됐다…‘다미포커’ 출시 임박
10
엔씨소프트-넷마블-펄어비스, ‘K-뉴딜지수’ 핵심종목 선정
깨톡

[기자수첩] ‘배그 모바일’ 쫓아낸 인도, 게임판 ‘발리우드’ 노린다

[기자수첩] ‘배그 모바일’ 쫓아낸 인도, 게임판 ‘발리우드’ 노린다
최근 인도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비롯한 중국 모바일게임들을 대거 차단한 사건이 전세계 게...
노답캐릭

[기자의눈] 中 저질 게임 광고, 이제는 ‘유튜브의 공해’

[기자의눈] 中 저질 게임 광고, 이제는 ‘유튜브의 공해’
저질 광고로 적발된 중국 게임사들이 게임 이름만 살짝 바꾸고 여전히 서비스와 광고를 지속하고 ...
게임별곡

[게임별곡] 스퀘어-에닉스 합병! 만우절 장난 아니었어?

[게임별곡] 스퀘어-에닉스 합병! 만우절 장난 아니었어?
스퀘어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성검전설’ 시리즈의 성공으로 한때 에닉스와 함께 일본 최고...
외부칼럼

[KGMA 공동기획]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KGMA 공동기획]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10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를 맞아 그간 한국게임이 받아온 게임 ...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한경닷컴게임톡 게임톡(주)| 등록번호:서울 아 01448 | 등록일자 2010.12.10. | 제호:게임톡 | 발행·편집인 : 박명기
주소: [06621]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65 도씨에빛 1차 1103호 |
발행일자 2011.10.27.| 대표전화 : 070)7717-3264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민재
Copyright © 2011 게임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ametoc.co.kr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