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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게임별곡
[게임별곡] 윌 라이트 ‘스포어(SPORE)’, 지구에서 우주로세포부터 시작하는 윌 라이트의 방대한 우주 게임 프로젝트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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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6  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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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E]
https://www.spore.com/

윌 라이트의 심즈는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정작 윌 라이트는 보다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갈증이 해결되지 않은 표정으로 새로운 시리즈에 대해 구상하고 있었다. 심시티라는 게임을 시작으로 인간들의 세상을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로 ‘도시(City)’라는 소재를 시뮬레이션했고 다시 그 도시를 이루고 있는 각 개별요소 중에 하나였던 ‘가정(Home)’으로 돌아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을 시뮬레이션했다.

윌 라이트는 보다 더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도시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가정을 이루는 근간 요소는 무엇인가? 인간들은 왜 삶을 살아가는가? 그렇다면 인간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에 대한 부분에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그러자 인간들의 생명의 근원인 세포 단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는 인간이 인간이기 이전에 하나의 단세포에서부터 출발하여 인간으로 출연하는 거대한 삶의 여정을 꿈꾸고 있었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시의 모습을 보고 심시티를 구상했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을 꾸미는 심즈라는 게임을 만들었던 윌 라이트는 이제 다시 한 번 더 확장 된 개념으로 인간의 몸 속의 세포 단위로 까지 생각을 이어갔다.

그렇게 윌 라이트는 보다 크고 넓은 것에서 다시 작고 미세한 수준으로 현미경 시점에서 세포들의 움직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우주적 관점에서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을 담아 보겠다는 의지로 프로젝트의 이름은  ‘SimEverything’이라 지었다.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게임의 정식 이름을 ‘SPORE’라고 지었는데 SPORE의 사전적인 의미는 ‘포자, 홀씨’ 라는 뜻이다. 포자는 생물학적 의미로 생식 세포 단위의 구성체를 의미하는데 윌 라이트가 생각했던 게임에서 ‘SimEverything’의 출발 요소로서 세포 단위의 시작을 의미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스포어(SPORE)’라는 게임은 아메바 수준의 단세포에서 시작해 진화를 거듭하여 생명체의 기나긴 진화과정을 지나 종국에는 우주로 진출하여 외계 종족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다르게 발전한 문명을 경험하는 대우주적 스케일의 방대함을 담고 있는 게임이다.

   
[SPORE]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7390/SPORE/?l=koreana

윌 라이트가 도시와 가정과 인간을 다루는 게임을 개발하다가 갑자기 우주 스케일의 게임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SETI 프로젝트(SETI :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는 것을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윌 라이트는 SETI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SETI 프로젝트는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로 향해 날아온 각종 신호들을 전파적인 단계에서 분석해 지구와 같은 지적 생명체들을 찾는 우주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이다.

SETI 프로젝트는 우주 어딘가에 인류와 같은 과학화된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로 연구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외계인의 존재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가설 여부의 수준을 벗어난다면 이 드넓은 우주 공간에 인류만이 지적 생명체로 존재한다는 것은 지나친 공간적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다.

윌 라이트는 심시티를 개발할 때도 그랬고 심즈를 개발할 때도 그랬듯이 SETI 프로젝트에 빠지게 되면서 우주적 스케일의 게임을 개발할 때 역시 수많은 연구논문 자료를 찾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도 있게 접근한 것이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이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이다. 1960년대 최초로 계산식을 고안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이름을 딴 방정식인데 방정식의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드레이크 방정식]

아마도 우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자주 들어봤을 드레이크 방정식은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교신이 가능한 문명의 개수를 정함에 있어 1년 동안 탄생하는 항성의 수와 이들 항성들이 행성을 갖고 있을 확률, 그리고 항성에 속한 행성 중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와 탄생한 생명체가 지적 문명체로 진화활 확률 등을 고려하여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 수를 계산한다.

여기에는 페르미 문제나 페르미-히트의 역설, 생명의 기원, 우주생물학, 성간 여행 등 다양한 우주적 관점의 연구 주제들이 얽혀서 복잡하고 방대한 양의 내용을 알아야 하지만, 극단적으로 축약하여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다”라는 전제하에 계산식을 수립한 것이다.

프랭크 드레이크는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로 하버드 대학에서 전파 천문학을 전공했다. 전공 내용을 토대로 우주에서 수신할 수 있는 해독되지 않는 전파성 기호들을 토대로 가설을 세워 외계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프랭크 드레이크는 SETI 프로젝트를 창설하기도 했고 보이저 1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를 설계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기도 하다.

   
[The Voyager Golden Record)]
https://vocal.media/futurism/the-voyager-golden-record-humanity-s-soft-place-to-land

골든 레코드는 예전에 TV 광고에서도 자주 보였었는데 그 밖에도 SF 다큐멘터리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물건이다. 골든 레코드는 상징적인 기호들을 기록한 원판으로 일반인이 언뜻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그림들로 그려져 있지만 이것에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지구인들의 삶을 소개하고 광활한 우주 어디쯤에 지구가 존재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외계의 생명체들에게 지구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펄서(Pulsars)의 위치와 주기를 사용했는데 펄서는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이다. 때문에 밀도가 매우 높고 자전 주기와 맥동이 매우 규칙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 된 내용을 토대로 해독하면 태양의 위치와 펄서의 위치 기록 내용을 해독하여 삼각측량을 하면 지구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115장의 사진영상이나 천둥이나 바람, 새, 고래 등의 다양한 소리도 기록되어 있으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담겨 있다. 원래는 인류의 생김새를 알려주기 위한 남녀의 나체 그림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NASA의 결사적인 반대(외설물이라는 이유)로 제작 과정에서 진통을 겪기도 했었다.

골든 레코드는 1977년 8월 발사한 보이저 1호 탐사선에 실려 아직도 우주 멀리 계속 이동 중이다. 보이저 1호는 이미 2012년에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으로 들어서 인류가 창조한 물체 중 가장 멀리 이동한 물체가 되었다. 골든 레코드의 수명은 10억년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인류가 원시 상태에서 현재의 원자력/우주시대로까지 발전하는데 고작 2만년이 걸렸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골든 레코드는 칼 세이건(Carl Sagan, 총 책임자)를 필두로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 기술 감독), 앤 드루얀(Ann Druyan, 창작 감독), 린다 살츠먼 세이건(Linda Salzman Sagan, 인사말 구성 작가), 존 롬버그(Jon Lomberg, 디자인 감독), 티머시 페리스(Timothy Ferris, 프로듀서)등이 모여 레코드에 기록할 메시지 선정 기준과 내용을 정리했다. 여기에는 전쟁이나 무기와 같은 내용은 전부 빠져 있는데 혹시라도 모를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에 대한 인상이 부정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였다고 한다. 실상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고 인류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전쟁과 기아, 질병과 재난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상적인 모습만 담겨있는 거짓된 내용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런 이상적인 내용이 윌 라이트가 추구하고자 했던 게임으로 표현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내용과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Powers of Ten™ (1977)]
유투브(watch?v=0fKBhvDjuy0)

평소부터 지적인 연구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윌 라이트에게 또 다른 영감을 불어넣어 준 것은 SETI 프로젝트 외에도 ‘Powers of Ten”이라는 오래 된 다큐멘터리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처음에 잔디 밭에 누워 있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점점 카메라는 위로 향하게 되고 마치 윌 라이트가 심시티를 만들었을 때처럼 상공에서 도시를 보여주다가 점점 더 위로 올라가면서 우주 공간으로까지 진출하게 된다. 매 장면이 10제곱의 크기만큼 화면을 축소하여 광역적인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보지만 다시 그 끝에 가서는 다시 점점 확대하면서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온다. 카메라는 이제 우주에서 지구로 지구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인간으로 내려오게 되고 다시 그 인간의 세포 단위로 현미경적인 시점으로 확대해 들어간다. 아주 유명한 영상이라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보여주는 놀라운 점은 극한의 드넓은 공간으로서의 우주의 모습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들어간 인간의 세포단위 구성의 모습이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점이다.

   
[SPORE]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7390/SPORE/?l=koreana

하나의 인간 자체가 또 하나의 우주라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주 전체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한없이 나약하고 미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안에 다시 우주와 같은 모습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거대 천문 망원경으로 바라본 거시적인 우주의 광활한 모습과 반대로 전자현미경으로 바라보는 미시적 관점에서의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단위의 모습이 닮아있다는 것에 윌 라이트는 큰 감명을 받았다. 서로 닮아 있는 모습의 극한의 끝과 끝에 그 사이에 인간이 존재하고 그들이 가정을 꾸미며 도시를 형성하고 국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국가 단위의 시간은 누적되어 역사로 기록되고 문명이라는 외적인 행태를 보이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가설과 논란이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인류의 역사와 닮아있는 또 다른 외계 생명체의 문명을 밝혀낸 사람은 없다. 반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논지를 입증한 사람도 없다. 지구의 어느 한 편에서는 혹시라도 모를 외계 생명체들의 존재 여부를 두고 외계 생명체들의 기술력 미비로 아직 지구에 도달하기 힘들지 모를 상황까지 고려하여 그들을 위해 우리 지구인들의 삶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우주를 탐사하고 개척하는 탐사선에 소개영상도 실어 보내고 있다.

윌 라이트의 생각은 점점 깊어져 갔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의 방대한 분량에 고개를 저었다. 심시티를 개발할 때 정도의 자료의 양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심즈를 구상할 때와는 범주의 깊이부터가 달랐다. 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 나가던 윌 라이트는 ‘Simple is Best.’라는 말처럼 최대한 간결하고 간단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절차적 생성 기법(Procedural Generation)’이었다. 절차적 생성기법은 일반적으로 컴퓨터 영역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인데 문제 해결을 위한 설정 조건의 임의성과 그에 대한 처리능력의 알고리즘 조합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해내는 기법이다.

   
[NetHack 3.6.4)]
https://www.nethack.org/common/index.html

절차적 생성 기법은 대용량의 컨텐츠를 구성할 때 자주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임의적인 생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서도 자주 쓰인다. 게임 쪽에서는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쓰였는데 1987년 출시 했던 ‘NetHack’ 같은 텍스트 기반의 RPG에서도 유저가 맵(던전)에 입장할 때 무작위(랜덤)로 맵이 생성된다. 기본적인 절차적 거점 도구인 제단이나 상점, 웅덩이, 나무, 입구 등의 고정 요소만 설정해주면 나머지 지형이나 위치 등에 따른 모양은 무작위로 산출해 내는 방식으로 맵이 생성된다. 이러한 맵 생성 기법은 이후에도 다양하게 활용되었는데 디아블로 게임의 던전 생성 역시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자료를 구성할 때 처음부터 하나씩 전부 다 만들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핵심적인 구성요소인 고정 요소만 설정해 두고 나머지는 프로그램적인 기법으로 자동으로 알아서 생성되도록 하는 것이 절차적 생성 기법의 핵심 이었다. 윌 라이트는 이 기법에 착안하여 자신이 설계하고 계획한 우주 단위의 게임의 생성 시스템을 구상했다. 이런 생성 시스템으로 스포어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 입체감 있는 복잡한 우주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고 모두에게 다 똑 같은 내용이 아닌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의 우주를 볼 수 있도록 게임을 구성 했다.

   
[SPORE]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7390/SPORE/?l=koreana

이렇게 윌 라이트가 스포어를 개발하는 동안 MAXIS에서는 심시티 4를 개발 중이었지만 윌 라이트는 이미 심시티 3000 이후로 심시티 개발에는 거의 손을 뗐기 때문에 심시티 4 개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심시티 4는 윌 라이트 없이 개발되고 있었고 윌 라이트 자신도 그 부분에 대한 딱히 불만은 없었다. 윌 라이트는 자신이 창시자이며 핵심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 같은 게임 개발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보다는 우주적 스케일의 새로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더 컸기 때문이다.

윌 라이트는 스포어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심시티와 심즈 시리즈에서는 아예 손을 떼고 스포어 개발에만 매달렸다. 스포어는 설정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첫 시연은 게임 개발을 시작하고 무려 3년 뒤에나 가능했다. 2005년 GDC에 처음으로 스포어라는 게임을 공개했는데 스포어의 첫 시연을 본 사람들은 단일 세포에서 시작해서 진화를 거쳐 문명 사회에 이르고 결국에는 우주로 진출하는 어마어마한 스토리와 방대한 스케일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고 압도되었다.

   
[SPORE - Sporepedia]
http://www.spore.com/sporepedia#qry=pg-60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열광시킨 것은 다양한 생명체를 직접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설정이었는데 지금도 Sporepedia(스포피디아)에 가면 온갖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크리처라 불리는 생명체들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스포피디아 사이트에 가면 총 1억 9057만개(거의 2억)가 넘는 크리처들을 볼 수 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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