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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진화론 다룬 ‘스포어’, 종교 논쟁 비화판매량은 좋았지만 콘텐츠가 부족했던 용두사미 프로젝트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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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5  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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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E]
유투브(/watch?v=WQeHWVkrYQA)

윌 라이트가 자신의 간판과 같았던 심시티와 심즈에 손을 떼가면서까지 개발에 올인한 스포어 게임은 출시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중에는 게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종교단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갑자기 게임에 무슨 종교단체인가 하겠지만 윌 라이트가 개발하던 스포어라는 게임의 주제는 단세포에서 시작하여 점차 진화되어 가는 과정을 다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유영하는 세포가 드디어 허파호흡을 통해 지상으로 발을 내딛게 되고 네 발 짐승(더 많은 발도 만들 수 있음)에서 직립 보행 가능한 유인원이 되기도 하는 등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생명체를 다뤘다.

게임에서 다루는 핵심 주제가 ‘진화론’에 관련된 것이었기에, 이에 반대하는 ‘Anti Spore’ 사이트가 개설되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될 만큼 종교단체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주제였다.

   
[Anti Spore]
http://antispore.com/about/

종교적인 논쟁으로 큰 화제가 됐지만 후에 Anti Spore라는 사이트는 특정 종교단체의 홈페이지가 아니라 개인 블로그였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맹렬한 비난을 받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신앙심이 깊은 기독교인들에게 이 게임은 기독교도의 전통 가치관인 창조론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이라 어린 아이들에게 창조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5년 교육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이 재발되었던 적이 있었다. 미국의 펜실베니아주 도버 지역의 교육위원회가 창조론과 진화론을 같은 선상에 두고 지적 설계론에 대한 내용을 가르치도록 학교에 권고한 일이 문제가 되어 기독교도인 학부모들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 창조론은 우주 만물의 생성과 기원을 밝히는 이론 중에 하나로 신적 존재인 조물주의 주권적 행위에 의해 우주 만물이 생성되었다는 이론이다. 이에 전면으로 맞서는 이론으로는 진화론이 있다.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일에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직도 두 개의 학설이 서로 대치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지금도 ‘창조론’이나 ‘진화론’과 관련 된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많은 논쟁을 찾아볼 수 있다.

   
[창조론에 대한 논쟁]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련되어 더 깊은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지만, 종교단체에서 스포어 게임을 비난한 이유는 종교단체 입장에서는 신앙적인 부분으로 절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인류 기원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해답은 이미 지난 수 세기에 걸쳐 많은 저명한 학자들에게서 답이 나왔다. 물론 어느 한쪽에 치중한 이론은 일부에 환영과 인정을 받는 대신, 그 반대만큼의 비난과 질타도 받아야 했지만 현재까지도 딱히 정론은 없는 상태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학문 분야에 따라 신학자, 철학자, 생물학자, 천문학자 등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수 많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론 중 가장 많은 지지와 인지도를 얻은 것은 창조론과 진화론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창조론은 신에 의해 인류가 창조되었다는 전제를 두고, 진화론은 신의 개입과 무관하게 자연 상태에서의 시간에 따른 유전자적 진화로 현재 인류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여기에 유신론자와 무신론자가 대립하고 과학계와 종교계가 대립하며 그 동안에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L'évolution(진화)]
http://www.slate.fr/story/1039/requiem-pour-darwin

일부 단체에서 말하는 ‘진화는 단순한 이론일 뿐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라는 설도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진화론은 현재까지 과학적으로도 한 번도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반박된 적이 없는 완벽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통일된 이론이 없고 이견이 분분한 관계로 증명되지 않았다라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진화의 큰 줄기는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었지만 진화를 거치는 세부적인 단계에서의 양상이 정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진화론으로는 생명의 기원 자체를 설명하기에는 힘들다. 진화론은 최초의 단세포에서 현재의 생물로 진화해 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최초의 단세포가 어떤 경로로 어떤 이유로 탄생되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진화론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창조론과는 대비를 이룬다.

이렇게 진화론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게임의 이름도 의도치 않게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는 동안, 정작 윌 라이트는 오히려 덤덤해했다. 윌 라이트에게는 창조론도 진화론도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윌 라이트는 단지 세상에 존재하는 이론 중에 진화론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게임을 만들었을 뿐이지 신을 모독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리고 진화론하면 가장 먼저 얘기가 나오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도 ‘진화(Evolution)’라는 단어는 없었다. 진화라는 단어는 마지막 판본인 6판이 출간될 때서야 나왔고, 원래는 ‘변형 혈통(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더 어려운 말이었다. 종의 기원의 문맥상 변형 혈통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6판 이후 단어가 변경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란 세상에 대한 모든 것들의 최종적인 진리를 찾아내고 입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이 최종적인 진리를 찾아내어 증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과학적 접근 방법으로는 결코 증명해내지 못하는 수 많은 난제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이 과학적 방법이 작동하는 방식이자 과학적 접근 방법의 논리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과학적 접근 방법이란 어떠한 가설을 토대로 가설의 내용이 극도의 무결성을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시험해서 반증하는 노력을 더 하는 것뿐이다. 가설의 내용이 극도로 단단해지는 때가 되면 그것을 ‘이론(theory)’라고 하는데 이론이라 하는 것 또한 단지 튼튼하게 보강된 가설의 집합체일 뿐이지 그것이 ‘진리’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것과는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SPORE – 진화를 해보자]
유투브(/watch?v=zSpZmILvt88)

윌 라이트는 단지 이론에 불과한 진화론을 토대로 만든 게임이 세상에 이렇게나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윌 라이트는 창조론이나 진화론에 대한 내용 검증을 위해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믿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며 스포어는 단지 하나의 게임일 뿐이다라고 일축했지만 종교적 입장에서의 논란은 계속되었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었다. 심시티를 출시했을 때도 단순히 ‘심시티는 도시건설을 위한 게임일 뿐이다’라고 했지만, 심시티를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로 인식하고 게임을 넘어 훌륭한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하는 도시 생태 연구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심즈 역시 단순히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다룬 게임이지만, 여러 군중 심리학자나 심리 상담사들에게는 면밀히 검토해 볼 연구자료로 탈바꿈했다. 스포어 게임 역시 윌 라이트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화론을 신봉하고 맹신하는 사람들에게 진화론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윌 라이트는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다 했지만 논쟁의 빌미를 제공한 책임에서까지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다.

   
[SPORE]
유투브(/watch?v=zSpZmILvt88)

애초에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일말의 책임을 질 입장을 망각한 핑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윌 라이트의 진짜 속 마음이야 어떻든, 그가 만든 게임들은 대부분 논란의 중심이 된 경우가 많았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그만큼 윌 라이트의 게임들은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논쟁들은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얘기였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때문에 게임은 그저 게임으로 바라보는 대다수에 의해 윌 라이트의 게임은 추앙받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그 아슬아슬한 선을 넘어버리면 한 쪽 단체의 맹렬하고 극단적인 저지로 인해 게임이 매장되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윌 라이트는 그 선을 잘 지켜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논란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 논란 자체로 인해 게임 자체가 매장되어 버리는 일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다른 게임의 경우 일부 단체의 극렬한 시위로 게임 판매/출시가 금지된 경우도 여럿 있었다.

스포어 게임은 이렇게 출시 이전부터 일부 종교단체의 비난과 질타를 받으며 창조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며 시위를 벌이는 등 유명세를 떨쳤지만, 정작 게임을 출시하고 난 뒤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막상 게임을 해보니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무언가 달랐던 것이다. 진화론을 맹신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진화론에 힘을 실어 타당한 입증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 무엇을 덧대기에는 다소 힘이 약했고, 창조론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그렇게까지 창조론을 파고들어 위해를 가한다고 여겨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윌 라이트의 말대로 게임은 게임일 뿐이었다.

문제는 그런 종교적인 대립 양상 보다는 게임 차제에 있었다. 게임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힘이 떨어지다가 우주시대로 접어들 때쯤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개발자의 심정이 느껴질 만큼 초반부에 비해 디테일과 다양성이 너무나 부족했다. 또 시간 분량으로는 초반부가 극히 짧고 후반부의 우주 시대로 접어들면 비약적으로 늘어나지만, 스케일의 방대함과 분량의 분배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을 만큼 게임의 적절한 콘텐츠 분배가 아쉬운 게임이었다.

   
[SPORE]
유투브(/watch?v=BEbiYrp_Uug)

처음 스포어를 시연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포 단계에서 크리처 단계, 그리고 부족 단계를 거쳐 문명 단계에 이르면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한 후에 우주로까지 총 5단계의 챕터로 게임이 구성돼 각 단계별진화에 따른 문명 발전 단계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5단계의 챕터 구성이 전체적인 게임의 콘셉트와 스케일에 비해 후반부에 비해 전반부가 너무 단조롭지 않나 하는 비판도 있었다. 게임 플레이가 독창적이긴 하지만 마니아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깊이 있는 내용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너무 방대한 세계를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축약하고 간소화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포 단계에서 우주 단계로 까지 현실 세계에서라면 못 해도 몇 억년 단위의 기나긴 시간인데 게임 하나에서 다 구현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포어 본편이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긴 했지만 스포어는 심시티 시리즈, 심즈 시리즈와 함께 MAXIS를 먹여 살리는 3대 간판 게임으로 등극했고 출시 보름 만에 100만장을 판매하고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200만장 판매량을 돌파하는 등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북미 게임 인기 리스트에는 항상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패키지 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도 발매 10일만에 1만장 이상이 판매되었다. 2008년 출시 이후 한 달 뒤에는 전세계 패키지 게임 판매량 1위에 스포어 게임이 올랐다. 또한 출시 당시 MS-Office 보다 많이 팔린 소프트웨어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게임 판매순위]
https://www.shacknews.com/article/55416/spore-outsells-microsoft-office-septembers

스포어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갔지만 초기 판매량 급증과 인기에 비해 게임의 이탈 속도 또한 증가했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방대하고 광활한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충분한 재미를 주었지만 하드 코어 게이머들에게는 무언가 맥빠지게 부족했던 콘텐츠로 점점 이탈하는 유저층이 늘어갔고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아졌다. 이를 위해 EA(MAXIS)에서는 ‘우주 대모험’이라는 확장팩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확장팩의 인기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치에 머물렀다. 우주 콘텐츠의 비약적인 확장을 기대하고 확장팩을 구매했던 유저들로부터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니 크게 변한 것도 없었고 전체연령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게임의 난이도 밸런스가 아동용 게임과 같아지는 등 비용 대비 만족도 면에서 큰 체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 외에도 삐죽이와 동굴이라던가 몇 개의 확장팩을 내놓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상업적인 실패를 거듭하고 결국 스포어는 더 이상 후속작이라던가 확장팩에 대한 소식이 없는 상태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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