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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게임별곡
[게임별곡] ‘신장의 야망8’으로 살펴본 일본의 성(城)성 축조 시스템 도입으로 역대 최고 찬사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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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9  15: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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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長の野望 烈風傳]
https://www.gamecity.ne.jp/nobunaga_reppuden/

신장의 야망(信長の野望) 8편은 20세기 마지막 년도인 1999년 ‘열풍록(烈風傳)’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시됐다. 신장의 야망 시리즈 8편은 열풍록이라는 부제만큼 정말 열풍적인 인기를 얻고 역대 신장의 야망 시리즈 중 최고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PC버전 이후 플레이스테이션과 드림캐스트, PSP, 닌텐도 NDS등으로 이식되었고 최근 모바일 버전으로도 새롭게 출시되었다.

신장의 야망 열풍전은 그동안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던 성 축조를 게임상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최초의 시리즈이기도 했다. 물론 전편인 장성록에서도 성 주변에 가도를 건설하거나 전쟁에 대비한 시설물들을 설치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성을 축조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은 시리즈 8편이 최초였다.

   
[信長の野望 烈風傳]
https://apps.apple.com/jp/app/id1449938644

KOEI(코에이)는 신장의 야망 7(장성록)을 기반으로 신장의 야망 8편을 개발했는데, 게임 하나로는 뭔가 아쉬웠는지 징기스칸 4도 장성록의 시스템을 많이 차용했다. 신장의 야망 시리즈 7편은 게임별곡 지난편에서 소개했던 것과 같이 핵심 개발인력 뿐만 아니라 게임의 내적인 시스템도 전면적으로 교체했다. 시리즈 8편 열풍전은 그 동안의 신장의 야망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시스템들을 총집합하여 역대 신장의 야망 시리즈 전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신장의 야망 7, 8편에서 확립된 성 주변에 시설물 공사를 통해 내정의 근간으로 작용하는 국가내정 시스템은 이후 삼국지 11에도 채용되었다.

신장의 야망 열풍전은 신장의 야망 전체 시리즈에서도 분기점으로서의 기준이 되는 시리즈로, 시리즈 마지막 턴제 전투방식의 게임이다(이후 9편 람세기 부터는 리얼타임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시리즈 최초로 임의의 장소에 지성을 축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게임의 주요 시스템으로 성(城)이 부가적인 기능을 더한것이다.

   
[Eltz Castle]
https://burg-eltz.de/en/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성(城)을 대하는 각 국가간의 차이점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옆 나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멀리 돌아가면 유럽에서도 성은 주요한 건축물 중에 하나였다. 성(城)이라 함은 보통 적의 공격에 대비한 건축물로 흙이나 돌, 나무등으로 구축한 방어시설을 일컫는데, 시대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중세 유럽과 비슷한 시기의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에서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역사에서도 다양한 성이 등장하는데 그 유형은 사뭇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중세 유럽의 성은 영화나 해외 드라마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중세의 성(城, Castle)이라 하는 것은 보통 국왕이나 각 지방의 군주들이 기거하는 본채를 뜻했다. 하지만, 본성 하나만으로는 아무래도 적군의 침입에 상당히 취약했을 것이므로 본성의 근교나 각 거점마다 방어기지의 성격을 갖는 성을 축조했다. 망대와 총안, 도대교로 이루어진 방어진 입구와 외곽을 성탑과 버팀벽으로 두르고 멀리서 오는 적군을 감시하기 위한 감시탑(망루)를 두었다. 흔히 요새라고 하는 성과는 다른 기능의 건축물을 따로 두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성이라는 건축물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성이라는 건축물의 본질은 성 안에 군주와 상급 귀족들과 함께 병력들이 주둔하며 유사시 출병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본성에는 주로 지방의 영주들이 거주했고 농노라 불리는 일반 백성들은 성 바깥의 영주가 하사받은 영토의 경작지에서 농업에 종사하며 대부분의 수확량을 영주에게 갖다 바치면서 궁핍한 생활을 하였다. 성 안에는 영주와 귀족 세력들이 거주하며 농노들이 바치는 세금과 여러 생산품들로 풍족한 생활을 하며 지냈다. 이 때 만들어진 단어가 귀족과 평민으로 구분되는 ‘부르주아([Bourgeois], 성 안에 사는 사람들)’과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 성 밖에 사는 사람들)’이다.

중세 유럽의 경우 군주가 기거하는 본성 외에는 성곽(성벽)을 두르지 않은 곳이 많았는데 영화에서도 전쟁이 일어나면 백성들을 성 안으로 피신시키고 성에서 결사항전하는 장면들이 자주 보인다. 그에 반해 동양, 그 중에서도 한국의 성은 특이하게도 본성 주변에 성곽(산성)을 둘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성 중에 하나인 남한산성은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전해온 성제(城制)의 기술적 영향과 서양에서 도입된 총기나 대포 등의 화기(火器)등에 따라 변화된 축성 기술의 양상을 반영하면서 당시의 방어적 군사 공학 개념의 총체를 구현한 성채이다. 조선의 수도 한양에는 본성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둘러싸인 성곽이 있었는데 그 사방에 도성을 두어 각각 사대문과 사소문을 두었다. 한양도성이라는 구조도를 보면 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한양도성]
출저 : 서울시

한국의 성채는 주로 각 지역마다 주요 성을 두고 외곽을 성벽으로 둘러 거점 요소마다 따로 출입하는 성문을 두었다. 그리고 크게 둘러싸인 외성 안으로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구조로 성 하나가 일종의 도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조선시대 한양의 경우 왕이 기거하는 경복궁이 있었고 경희궁과 창덕궁 역시 왕의 이동거점이었다.

양반은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에 있는 북촌에 거주하며 지금의 옥인동이나 사직동, 계동, 삼청동, 안국동 등지에 고위관료나 양반들이 주로 기거했다. 양반이지만 북인 세력에 밀린 남인이나 하급관리들은 주로 서울시 중구 남산동이나 필동, 묵정동 일대에 거주하여 ‘남산골 샌님’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그 아래 중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종로, 적선동, 내자동 등에 살았고 종로 부근에는 상인들과 일반 서민들도 많이 거주했다. 무인들은 주로 왕십리쪽에 많이 살았는데 당시 훈련도감과 훈련원이 지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민 중에 백정은 혜화동이나 명륜동에 가죽세공을 하는 갖바치는 종로 5가, 6가, 충신동에 많이 거주했고 박물업자들은 돈의동 근교에 많이 거주했다.

   
[청주성]
출처 : 전남 구례 운조루 소장

이렇게 본성과 성곽 내부에 각자의 구역을 정리하여 비슷한 계층끼리 모여 살았는데 성곽 외부에도 민가들이 있었다. 대부분 천민계급에서도 최하층으로 취급받는 백성들이 성 밖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천민을 백성 취급하지 않은 것은 인격권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당시의 정치 세계관이 그러했던 것일뿐이며 대다수의 백성들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성 안에 기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이것이 한국의 과거 주요 도시 구성체였으며 행정단위의 기본으로 정착됐다.

   
[오사카 성]
https://www.christineabroad.com/osaka-castle/

그에 반해 일본의 경우 일본의 3대 성이라 불리는 구마모토 성, 나고야 성, 오사카 성을 보면 중세 유럽의 성과 마찬가지로 성 본채에는 다이묘(성주)들이 기거하며 그를 호위하는 상급 사무라이들이 함께 거주하였고 일반 백성들은 성 밖에 거주지를 형성하며 농업이나 그 밖의 생산 활동을 하였다. 일본의 성은 주로 항구나 강이 교차하는 지점이나 주요 길목 등에 전략적인 거점을 형성하는 용도로 축성되어 주군과 가신들과 그의 하인들이 성내에 기거하였다. 성 외곽에 성벽을 축성하여 마을을 형성한 것은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서인데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경우 성 본채를 거점삼아 정치와 군사의 정점으로 운용했었다.

유럽과 일본의 성은 주로 영주(군주)가 거주하면서 소수의 거주구역을 갖추긴 했지만 본격적인 규모로서의 인구 거주 능력은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했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본성 주변에 펼쳐진 경작지에서 농업활동을 했었고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는 본성 안으로 피산하여 성문을 닫고 농성을 했다.

한국의 주요 성들이 도시의 기능을 함께 하는 공동운명체였던 것에 비하면 백성들보다는 군주와 가신들의 안위만을 위하는 성의 기능을 갖춘 유럽과 일본의 성은 분명 한국의 성들과 달랐다. 한국의 이러한 성/성곽 시스템은 중국에 기인한 것으로 중국은 예로부터 북부와 서부의 외적들로부터 도시를 방비하기 위한 성곽도시의 발달이 일찍이 이루어졌다. 중국의 성곽도시는 도성으로 불리거나 지방의 경우 읍성등으로 불리며 크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성내에 궁성과 왕궁이 있던 것은 물론 일반 민가와 시장이 형성되어 하나의 공동운명체 도시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안성]
https://www.quora.com/Which-was-the-most-successful-Chinese-dynasty

중국의 장안성은 한 변이 10km에 달하는 굉장힌 큰 도성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10km X 10km 크기로 면적은 1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데 한국의 웬만한 시 단위보다 큰 규모이다. 100제곱킬로미터의 크기는 부천시나 광명시보다 크며 서울특별시의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전체를 합친 크기와 비슷한 크기인데 당나라 최대의 국제도시이기도 했던 장안성은 바둑판식 구성의 직사각형에 가까운 직선으로 대로를 내고 그 사이로 길을 내어 구획단위 마을을 지정했다. (현대판 계획도시) 이러한 장안성의 구조는 이후 동서양의 많은 국가에서 새로운 도시를 정비할 때 참고가 되어 비슷한 형태를 띠는 도시가 많이 생겨날 정도로 국제 도시로서의 기준안을 제시하였다.

   
[장안성]
출처 : 윤장섭, <중국의 건축>(1999)

중국의 도성/읍성은 대부분 이런식의 구성을 따랐는데 각 성마다 크기의 차이만 존재할 뿐 기본적인 구성은 거의 동일했다. 외부를 두르고 있는 성곽(성벽) 안에 외성과 내성 그리고 본성과 궁성 등 다양한 성들이 존재하고 마을단위와 시장과 생산/제조시설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하나의 큰 계획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행정기관인 관청 외에도 군사기관 역시 성내에 위치하여 유사시 전쟁이나 내란이 발생할 경우에도 자체적인 방비 역할을 하였으며 외부로부터의 침입의 경우에는 농성을 통해 10년 단위로 비축한 식량을 기본으로 중앙군이나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성내에 백성들이 합심하여 성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 성의 기본 시스템이었다.

   
[삼국지 9]
유투브(/watch?v=oxYcpbZVVbQ)

삼국지 게임을 하다보면 이러한 중국의 성곽도시(城郭都市)에 대해 이해하기 쉽다. 각 거점마다 주요 성곽도시(城郭都市)들이 있었고 성과 성 사이에는 허허벌판처럼 성 사이를 잇는 길목 외에는 방목지나 유휴농지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생활이 성 안에서 가능했으며 성 밖으로의 이동은 추가 경작지에서 농업 생산 활동을 하는 경우에 한했는데 이 조차도 일몰 전에는 모두 지정된 성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가 성문이 닫힌 이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경우 성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중국과 한국의 성곽도시(城郭都市)들이 주를 이루고 중세 유럽과 일본은 군주가 거주하는 본성 위주로 구성된 이유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으로 중앙권력의 행정 체계를 꼽는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는 예로부터 황제와 왕을 통해 중앙집권적 통치를 하면서 각 지방의 행정단위 역시 중앙에서 파견한 관리들이 임명되는 체제였던것에 비해 중세 유럽이나 일본과 같은 경우는 명목상 왕의 역할을 하는 지도자는 있었다하더라도 각 지방마다 영주, 다이묘들이 연합된 구성이었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성의 의미가 권력자의 보호기구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과 행정단위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의 차이인 것이다.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조선의 성곽도시를 보고 충격에 빠졌던 것이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중세 유럽의 성과 같이 다이묘와 같은 권력자들의 보호시설로서 성을 지어 호위무사들과 함께 성 안에서 활동했지만 조선의 경우에는 행정단위로서 성곽도시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은 행정단위의 개념으로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성 안에 군인과 평민이 함께 거주하며 전쟁 발발시 성 안에서 군인과 평민 모두 성을 지키기 위해 공동운명체로서 함께 하지만, 전국시대의 일본의 경우 주요 거점으로 권력자가 거주하는 성만 점령하면 성 주변에 거주하는 평민들은 크게 농성하거나 성주를 위해 성을 지키고 함락 된 성을 수복하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전체를 함락하지 않는 이상 성을 점령할 수 없었던 점에서 조선에서의 왜군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성(城)이라는 구조물을 두고도 국가에 따라 접근하는 차이가 달랐던 것이다. 이런 차이점으로 인해 성의 최종 관리자인 성주에 따라 평민의 소속과 생존이 직결되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성곽도시 개념과 성주가 바뀌는 것에 관계없이 큰 차이없는 평민들의 생활이 국가간의 민족적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국 - 수도권 방벽]
유투브(/watch?v=26PiYfPQCg0&feature=emb_logo)

성(城)이라는 단어가 너무 고루하고 역사 속에서나 존재했던 오래 되고 잊혀진 구조물일것이라는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성(城)은 시대와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발전하고 변형되어 최근까지도 그 형태를 유지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북한군의 대전차 군단의 수도권 방비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수도권 방벽’이라는 성벽을 1980년 축조했다. (현재는 철거 됨) 현재에도 일부 고속도로나 주요 간선도로에는 대전차 방호벽의 개념으로 양 기둥을 폭파해 적군의 대전차 및 기계화 부대 진입을 차단하는 시설이 존재하고 있다.

신장의 야망 8 열풍록에 도입된 성(본성, 지성) 축조 시스템은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성(城)이라는 축조물에 대한 이해와 본질의 차이를 알고 접하게 되면 굉장히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한국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일본의 성(城)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며 단순히 구조물 축성 하는 메뉴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성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Interplay 에서 출시한 Castles I, II같은 게임도 있긴 하다.

   
[Castles II: Siege & Conquest]
https://www.dosgamesarchive.com/download/castles-ii-siege-and-conquest/)

이 게임은 중세 유럽을 배경을 성(Castle)을 축성하는 게임으로 성을 축조하는데 들어가는 영토의 자원관리가 게임의 핵심요소이다. 중세 유럽의 성을 실제로 축성해보면서 느끼겠지만 아무리 성을 크게 지어도 행정단위로서의 성곽도시(城郭都市)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영주와 고급 귀족, 기사(Knight)들이 거주하는 상류층 보호시설의 목적 외에는 백성들의 안식처로서의 기능은 기대하기 힘들다. 단순히 게임이긴 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하여 최대한 역사적 소재를 고증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임에서 보여지는 성(城)이라는 축조물 하나만으로도 동서양의 사상적 차이와 동양에서도 한중일 삼국의 특성과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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