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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게임 '와우' 속 전염병 습격 '현실' 같은 공포게임 세상으로 본 질병의 세계 #1 게임 와우 속 ‘오염된 피 사건'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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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0  14: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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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카르. 사진= 유튜브(/watch?v=keL2TMEv8mw)]

[게임별곡] 게임 세상으로 본 질병의 세계 #1-게임 와우 속 ‘오염된 피 사건'

최근 온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들썩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예기치 않게 피해를 입고 또 많은 분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필자도 현재 코로나 밀접 접촉자로 지정되어 2주간의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고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출장 일정 중에 코로나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이유로 코로나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지정되어 해당 지역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지를 받고 집 안에서 자가격리를 실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들썩이는 동안에도 필자는 안이하게 필자하고는 크게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그저 나 혼자만 조심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서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고 결국 생각지도 않게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지정되어 난데없는 자가격리를 당하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코로나 현황. 출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격리 첫날에는 중요한 일정들이 취소되며 계약건이 보류-취소되는 등 필자 개인에게 있어 보상 불가능한 손실들이 발생하고 막심한 피해 부분에 분통이 터지고 말도 안 되는 일에 어이가 없었지만 전 국가적인 사건을 넘어 이제는 전 지구적인 질병 문제로 부각된 이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게임인답게 게임으로 생각해보면 게임 세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건과 관련되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은 일명 ‘피의 학카르’ 사건으로 불리는 ‘오염된 피 사건(Corrupted Blood Incident)’이 있다.

‘WOW(World Of Warcraft)’라는 인기 온라인 MMORPG에서 발생한 일이다. 2005년 9월 13일 북미서버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가상의 게임 세상 속에서 발생한 거대 전염병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오염된 피 사건의 주범은 당시 새롭게 업데이트된 레이드 던전 ‘즐구룹(Zul’ Gurub)’의 마지막 보스인 ‘학카르’라는 보스 캐릭터다. 이 사건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인 ‘피의 학카르’ 사건은 최종 보스였던 학카르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학카르는 ‘오염된 피(Corrupted Blood)’라는 스킬을 사용했는데 이 기술에 걸리게 되면 플레이어는 매초 200의 데미지 피해를 입고 매초 학카르가 생명력 1000을 회복하는 상당히 무서운 기술이었다. 당시 게임 내 만랩이 60랩으로 캐릭터 직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00에서 5000정도가 최대 체력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초 200의 데미지는 상당한 데미지 양이었다. 플레이어 스스로 이 디버프 스킬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학카르가 시전하는 ‘피의 착취’만 오염된 피를 빨아들여 디버프를 제거할 수 있었다.

   
[월드오브워크래프.유튜브(/channel/UCNwtfpReWSwlwlYccFDuSBA?sub_confirmation=1)]

그런데 여기서 더 무서운 것은 이 오염된 피의 저주가 주변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원래 개발팀에서 설계한 대로 작동한다면 이 오염된 피의 저주는 던전에서 발생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해당 던전을 나오게 되면 오염된 피의 저주 효과가 사라져야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버그)가 있었다. 바로 펫(Pet)이었다. 펫은 플레이어들이 소환해서 함께 데리고 다니는 애완동물(꼭 동물이 아닐 수도 있다)들이다. 게임의 개발자들이 플레이어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플레이어와 함께 다니는 펫에게 이 병이 옮겨질 수 있다는 것과 이것에 대한 해제 처리를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학카르와 혈전을 치르고 나서 던전을 나와 다시 도시로 이동한 뒤에 펫을 소환하면 펫들은 여전히 오염된 피에 전염되어 있는 상태로 소환되었고 펫 주변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나 NPC들에게도 이 병이 옮겨지게 되었다.

   
[감염자들의 무단이탈. 유튜브(/watch?v=fS8IKiSIfhw)]

처음에는 단순한 버그로 인한 문제로 금방 해결될 줄 알았던 사람들도 사건이 점점 심각해지자 다양한 행동패턴이 나오기 시작했다.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성숙하고 지성 있는 시민의식은 금세 그 권위와 지위를 잃어버렸고 세상은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관리측의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것이 전파되자마자 질서는 곧 혼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전염병을 전파시키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플레이어도 있었고 그런 일탈에 취해 즐거움을 느끼는 그릇된 성향의 플레이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건전하고 올바른 세상을 신념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치유의 스킬로 한 사람의 플레이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하는 플레이어들이 더 많았고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고 도저히 치유할 단계가 아님을 깨달은 플레이어 중에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병이 전염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조용히 혼자 구석진 곳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을전체가 무덤이었다. 사진= 브리자드워치 홈페이지.]

감염 구역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대도시에 들어서면 사방에 시신이 된 해골이 널려있었고 아직 죽기 직전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순간의 최후를 맞을 준비를 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등 게임 속 세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아직 전염되지 않는 플레이어와 치유 스킬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의료집단을 형성하여 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방역과 치료 작업을 하는 동안 자체 조직된 민병대원들은 다른 도시로의 전염병 전파 방지와 비감염자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방역통제 활동을 펼쳤고 이러한 내용들은 GM(게임 운영자)에게도 통보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심각한 사태를 해결하고자 마을에 들어선 GM(게임 마스터)들 역시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오염된 피에 감염되었고 더 이상의 사태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블리자드측에서는 게임의 서버를 아예 셧다운 시켜버렸다. 서버 자체를 껐다 켠 것이다. 이것은 현실세계로 말하면 지구가 한 번 종말하고 다시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임 속 세상이었기에 셧다운이 가능했지 현실 속 세계에서라면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마을전체가 무덤. 사진=블리자드 홈페이지 2019/05/28/corrupted-blood-changed-wow-world-beyond-sawbones-podcast-talks-influence-medicine/]

여기서 많은 학계에서 주목한 부분이 모두가 선량함과 이상적인 사고에 기인하여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게임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게임 속에서라면 자신의 캐릭터가 사망했다고 해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게임들이 많고 영구불변으로 사망했다고 해도 다시 캐릭터를 키우면 될 일이기 때문에 현실에서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누군가는 현실 이상으로 온라인 게임 세상 속의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담아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서 온라인 게임의 몰입성의 정도에 따른 부분을 말하기 전에 이 사건을 많은 학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본 이유는 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과 이상에 벗어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MMO게임의 특성상 그 안에서의 질서와 플레이어(사람)사이의 관계가 형성된 일종의 작은 사회였다는 점이다. 비록 가상의 사회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가상의 사회였고 그 안에서 발생한 사회적 사건은 현실 세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게임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로 전염병 전파 사건이 ‘심각’ 수준에 달하자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행동들이 학계에 연구자료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약 한 달 동안 가상의 온라인 게임 세상 속에서 벌어진 전염병이 발생하여 전파되는 방식이 현실 세계와 너무나 흡사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오염된 피 전파 현황. 출처: ‘오염된 피’ 감염경로, 페퍼먼 교수 논문]

이렇게 현실 세계에서의 전파와 흡사한 패턴을 두고 보스턴 터프츠 대학교의 수리생태학자 페퍼먼 교수는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오염된 피’사건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것은 가상의 게임 세계에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각종 언론매체를 비롯해 학계의 관심까지 받게 된 거의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페퍼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게임 속의 플레이어들은 현실에서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치유 스킬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치유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고 치유 스킬이 없던 플레이어들은 민병대를 구성해서 감염된 플레이어들을 격리하고 도시를 방비하며 아직 감염 전파가 되지 않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도시 내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는 일을 했다.

이것은 지금 어디선가 주변에서도 많이 보고 있는 풍경과 너무나 흡사하다. 논문에 의하면 전염병에 걸린 플레이어들은 캐릭터의 전염병에 감염된 상태를 자신과 동일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그룹과 악용하려는 그룹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실제로도 모두가 전염병 확산과 방지에 힘을 쓰고 있던 그 와중에도 자신만 전염병에 걸린 것은 억울하다며 감시와 통제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전염병을 퍼트리는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이 상당히 악질적인 이유는 당시 만랩(60레벨) 기준으로도 최대 체력이 직업에 따라 3000~5000정도였는데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1000~2000 혹은 그 이하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초당 200의 데미지는 엄청난 양이었고 레벨이 낮은 유저는 체력수치상 현실세계의 영,유아-노년 계층에 해당한다.

처음엔 건장한 사람들에게 퍼졌던 병이 점차 확산되면서 영, 유아에서 노년계층에까지 퍼지게 되어 급속도로 치사량이 증가하는 무서운 전염병의 확산형태가 어찌 보면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형태와 매우 흡사한 형태라고 보여진다.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을 마다 않는 자원봉사자와 질병관리 업무에 격무를 이겨내고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확산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느 한 편에서는 일부러 병을 퍼트리기라도 하듯이 자신의 감염상태를 인지하고서도 여기저기를 이동하며 만인의 지탄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구글 검색. 검색어 ‘Corrupted Blood Incident‘]

자신이 감염된 줄 모르고 다른 도시로 이동했거나 고의로 병을 전염시키려고 이동했던 플레이어들에 이어 일부 악질 플레이어들은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가짜 약물까지 팔았던 것이 발각 되었다.

이 사건이 큰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이렇게 현실 세계에서 대처 불가능한 전염병이 전파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미리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창궐하여 수습 불가할 정도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기까지 개개인들의 행동패턴과 군중심리, 그리고 공포에 의한 사회적 혼란들에 대해서 비록 가상의 게임 속 세계이긴 하지만 표본개수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실제 현실 세계에서 실험 가능한 표본 이상의 결과 기대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이 사건은 사회심리학적으로 좋은 연구의 대상이 되었고 별도의 실험을 통하지 않고서도 현실 세계에서 질병이 전파됐을 때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기 때문에 많은 질병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의학계 역시 유명 의학저널에 ‘가상세계의 전염병 발발과 실제적인 확산경로의 예’ 라고 실릴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후에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의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전염병 연구에 참고자료로 게임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측에 통계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블리자드의 본사가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의 BBC까지 이 사건을 다루는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

   
 [BBC - World Of Warcraft. 출처=bbc]

단지 하나의 게임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지만 영국과 미국 등은 이를 두고 일종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접근하며 문화적 연구대상으로 심리학회와 의학, 질병관리 협회 등에서도 심각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진지한 접근을 통해 게임이 아닌 가상의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WHO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팬데믹(Pandemic)’이 선포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CDC(질병통제예방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각 기관의 공조와 협력으로 코로나 예방과 확산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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