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8.6 16:26
사회 문화문화일반
[책] 버블붕괴 덮친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요시미 순야 교수, 헤이세이시대 30년간의 실패와 좌절 ‘액상화’ 분석 주목
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7.13  08:06:4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일본은 실패와 일탈을 거듭하는, 불안과 과제로 가득찬 나라다.”

일본의 헤이세이(平成·1989~2019)시대는 30년이다. 이 30년을 세계 굴지의 일본 기업들이 몰락, 정치개혁이 실패해 ‘액상화’되었다고 규정한 책이 나왔다.

저자인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는 버블 경제의 붕괴, 한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2001년 미국 동시 다발 테러,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네 차례 쇼크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헤이세이 원년인 1989년 세계 기업 시가총액 순위는 1~5위가 모두 일본기업이었다. 50위로 범위를 넓히면 32개사가 들어갔다. 하지만 헤이세이 말년인 2018년에는 50위 중 일본 기업은 도요타자동차(35위) 하나뿐이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후(戰後) 구축돼 쇼와(昭和·1926~1989)시대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작동하던 일본형 시스템의 한계를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요시미 순야 교수는 “연약한 지반이 수분을 머금어 액체 같은 상태”로 변하는 ‘액상화’가 일본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표현했다.

헤이세이의 액상화는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다. 쇼와시대에 진행된 지반약화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1970년대말부터 세계사적 대전환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오일쇼크를 무난히 극복한 데 따른 안도감에 사로잡혀 변화를 직시하지 못했다.

이런 안도감이 1980년대 경제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가져왔고, 1990년대 이후 전개된 글로벌화의 다양한 위험과 도전에 대한 응전에서 실패를 초래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 전기·전자산업의 어이없는 몰락은 그 단적인 예다.

헤이세이는 일본이 동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위상에 종막을 고한 시대이기도 하다. 냉전 후의 헤이세이시대, 동아시아의 중심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일본은 점점 늙어가는 사회가 되고, 성장은 환상으로 끝났지만 정부는 리스크를 각오한 채 어떻게든 경제를 부양하려고 필사적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그러므로, 제2, 제3의 버블 붕괴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헤이세이 시대의 사회 분야에서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초저출산과 격차확대다. 제도와 시스템 미비가 저출산을 가속화시켰지만 가장 큰 원인은 ‘빈곤화’이다.

이 같은 진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0명대인 유일한 나라인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헤이세이 일본의 ‘실패 박물관’을 돌아보는 것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아사하라 쇼코 옴진리교 교주, 카를로스 곤 닛산 전 회장, 대중가수인 미소라 히바리, 고무로 테쓰야, 아무로 나미에, 우타다 히카루,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안노 히데아키, 오토모 가쓰히로 등 각 방면의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점.

이들이 헤이세이 일본을 어떻게 직조해 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일본의 서브컬처에서 자주 등장하는 ‘종말’ 서사가 헤이세이 시대와 어떻게 조응했는지도 흥미를 더해준다.
 
요시미 슌야는?

1957년 도쿄 출생. 도쿄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도쿄대학 신문연구소 조교수, 사회정보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사회학 · 문화 연구 · 미디어 연구이다.

저서로는 『시각도시의 지정학—시선으로서의 근대』, 『포스트 전후사회』, 『친미와 반미—전후일본의 정치적 무의식』, 『트럼프의 미국에 살다』, 『대예언—‘역사의 척도’가 나타내는 미래』, 『전후와 재후의 사이—용융하는 미디어와 사회』 등 다수 있다.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아이콘박명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자동등록방지 이미지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1
[기자수첩] 올해 중국 차이나조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2
“게임 너무 잘해서”…‘걸카페건’, 멀쩡한 유저 핵으로 감지
3
‘BTS월드’ 테이크원컴퍼니, ‘예비유니콘 기업’ 됐다
4
넥슨 ‘던파 모바일’, 中 ‘차이나조이 2020’ 첫 공개
5
이대형 대표 복귀작 ‘아이러브커피N’, 정식 서비스 돌입
6
BJ 박소은, 갑작스런 사망…“악플에 힘들어했다”
7
게임사 웹젠 의장 김병관 전 의원, 서울시 경제부시장 됐다
8
카카오게임즈, 코스닥 상장 예심 승인…공모 절차 본격화
9
스카이피플 “블록체인 적용 ‘파이브스타즈’, 9월 서비스”
10
코인닐, 디파이 ‘이더리움 볼트’ 8월 2일 상장
깨톡

[기자수첩] 올해 중국 차이나조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 올해 중국 차이나조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의 국제게임쇼 차이나조이 2020이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
노답캐릭

[기자의눈] 中 저질 게임 광고, 이제는 ‘유튜브의 공해’

[기자의눈] 中 저질 게임 광고, 이제는 ‘유튜브의 공해’
저질 광고로 적발된 중국 게임사들이 게임 이름만 살짝 바꾸고 여전히 서비스와 광고를 지속하고 ...
게임별곡

[게임별곡] ‘사쿠라대전’이 쏘아올린 미디어믹스 성공시대

[게임별곡] ‘사쿠라대전’이 쏘아올린 미디어믹스 성공시대
‘사쿠라대전’은 하나의 IP(지적재산권)로 게임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공연, 드라마, 영화 ...
외부칼럼

[KGMA 공동기획]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KGMA 공동기획]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10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를 맞아 그간 한국게임이 받아온 게임 ...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한경닷컴게임톡 게임톡(주)| 등록번호:서울 아 01448 | 등록일자 2010.12.10. | 제호:게임톡 | 발행·편집인 : 박명기
주소: [06621]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65 도씨에빛 1차 1103호 |
발행일자 2011.10.27.| 대표전화 : 070)7717-3264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민재
Copyright © 2011 게임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ametoc.co.kr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