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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별곡] 뒤집어 다시 개발한 울티마6...경영난 시작오리진 #4 – 울티마 VI: 애플에서 IBM PC로 변화...최고 사양 고집의 덫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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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09  18: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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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유튜브(watch?v=7nBWuV_E6Eg)

‘울티마’는 시리즈 5편이 출시된 이후와 이전으로 크게 달라졌다. ‘울티마5’편까지만 해도 이동은 일반맵에서 진행하고 전투는 던전(1인칭 시점)에서 진행했지만 시리즈 6편부터는 전투장면과 마을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이동과 전투 역시 동일한 맵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울티마 5’에서 처음 도입되었던 NPC 스케줄러 시스템도 시리즈 6편에서는 더욱 발전하고 개량되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NPC들의 움직임의 묘사가 좀 더 섬세해지고 다양하게 구현되었다. 개량된 시스템 덕분에 ‘울티마 6’에서는 NPC들을 따라다니면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되면 NPC들이 자신들의 일터로 향하고 낮에는 주어진 일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가게 문을 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면서 마치 실제로 살아있는 세상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이런 NPC 스케줄러 시스템은 이후 많은 RPG에 영향을 주어 ‘엘더스크롤’ 시리즈에서도 다양한 NPC들의 섬세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개발한 베데스다 역시 ‘울티마’ 시리즈의 광팬이었는데 ‘엘더스크롤’ 시리즈 1편 ‘아레나’만 하더라도 ‘울티마’ 언더월드를 즐겨하던 베데스다의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 2편 ‘데거폴’은 1996년 출시되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양의 마을과 엄청난 숫자의 NPC들이 추가되어 당시 기준으로 ‘가장 방대한 게임 맵’이라는 항목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었다.

극강의 사실적인 묘사를 중시했던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캐릭터가 소유할 수 있는 짐의 무게에 따른 이동속도 저하나 허기에 따른 음식물 섭취 등의 생리현상에 따른 문제도 구현되었고 게임 내에서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엄청난 자유도를 부여했는데 이런 게임 세상속의 NPC의 활동 등은 많은 부분 ‘울티마’에서 영감을 받았다.

   
[Ultima V]유튜브(watch?v=bO6Jappcl30)

‘엘더스크롤’ 시리즈에서는 ‘울티마’의 NPC 스케줄러 시스템을 더욱 개량하여 시간과 낮과 밤의 개념을 확장하였는데 폐점 시간이 지나면 밤에 가게 문을 열지 않는 등 상인들의 활동이나 대장간에 무기 수리를 맡기면 수리할 동안 일정 기간 날짜가 지난 뒤에 찾아갈 수 있다.

심지어 NPC의 출생과 사망까지도 구현되어 있다. 리처드 게리엇은 ‘울티마’를 만들면서 게임에 등장하는 NPC들이 이름 그대로 단지 ‘Non-Player Character’처럼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장치적인 요소로만 존재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기존의 다른 게임처럼 주어진 대사만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캐릭터보다는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로 느끼게 하고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NPC 스케줄러 시스템이라는 것을 도입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 맞는 스크립트를 작성했는데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의 가게로 들어간 점주에게 말을 걸면 지금은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이 아니니까 시간이 좀 지나서 가게 문을 열면 다시 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이 구현되어 있다.

   
[Ultima VI]https://www.gamerevolution.com/features/

‘울티마’ 6편은 NPC 스케줄러 시스템과 같은 게임의 내부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히 진화된 게임이었다.

‘울티마’ 6편은 울티마 시리즈 최초로 16비트 IBM-PC용으로 개발되었던 작품이다. 이전 시리즈들이 주로 애플(APPLE)의 애플 컴퓨터용으로 개발되었던 것에 비해 IT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울티마 5~6편이 출시될 때 즈음부터 이전에 난립하고 혼란했던 PC시장은 점차 IBM-PC 호환 기종들로 정리되고 통일되어 갔다.

‘울티마’ 5는 Amiga, Apple II, Atari ST, Commodore 64 / Commodore 128, MS-DOS, FM Towns, NEC PC-9801, Sharp X68000, NES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주력은 Aplle II였다. 최초의 ‘울티마’ 시리즈 1편은 1981년 AppleSoft BASIC으로 개발했고 그 이후 1986년 버전은 애플 IIe의 운영 체제인 ProDOS 1.1.1용으로 ‘New Ultima I’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시리즈 초기에는 주로 8비트의 애플의 컴퓨터로 출시되었다가 시리즈 6편에서 와서 메인 플랫폼이 IBM-PC로 변경된 것이다. 물론 시리즈 6편은 다른 플랫폼으로도 이식은 많이 했지만 주력 플랫폼은 IBM-PC였고 16비트 PC로 옮겨오면서 ‘울티마’ 게임도 그래픽과 시스템이 이전 시리즈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되었다.

   
[Ultima VI]https://www.gamerevolution.com/features/

‘울티마 온라인’ 이전에는 여럿이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서만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은 플레이어의 캐릭터뿐이었다.

당시 게임들의 NPC들은 같은 자리에 서 있거나 주어진 경로를 왔다 갔다 하기만 할 뿐이었고 말을 걸면 할 수 있는 말도 매번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가끔 다른 말을 하는 적도 있지만 이것도 몇 번 반복해서 대화하다 보면 주어진 대화의 내용이 거의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리처드 게리엇은 단지 게임의 진행만을 위한 목적성만 갖고 있는 NPC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창조한 게임 세상속에서는 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되어야 했고 NPC 스케줄러 시스템은 그에 대한 고민으로 나온 해결책이었다.

‘울티마’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NPC 스케줄러 시스템도 강화되었고 시리즈 6편에서는 본격적인 NPC 스토킹이 가능할 정도로 NPC들의 활동 패턴이 다양해지고 섬세하게 발전했다. 지금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고 당연한 것 같은 내용이지만 당시만 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NPC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런 충격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는데 그동안 RPG에서 NPC라는 존재는 퀘스트 진행을 알리기 위해 존재하거나 게임 진행의 도움말을 주기위한 단순한 장치적인 요소로 등장했던 것에 비해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지 않더라도 플레이어의 캐릭터와 맞춰 상호작용하는 NPC들은 실제로 다른 누군가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Ultima VI]유튜브(watch?v=7nBWuV_E6Eg)

‘울티마 5’에서는 천체관측을 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때에도 게임 내에 등장하는 행성들의 위치는 시간에 따라 실제로 위치가 변한다. 이런 획기적인 내용들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울티마 6’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정작 게임을 개발한 오리진 시스템즈에게는 경영악화의 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 ‘울티마’ 시리즈들이 그랬듯이 ‘울티마6’ 역시 개발 초기에는 Apple II 기종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게임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오리진 시스템즈의 게임은 언제나 당시 기준으로 최고 사양의 하드웨어를 필요로 한다는 악명을 떨치는 게임이었다.

‘울티마’뿐만 아니라 ‘윙 커맨더’ 시리즈가 그랬고 ‘스트라이크 커맨더’ 등 출시하는 게임마다 최고 사양의 PC를 필요로 했는데 ‘울티마6’ 역시 개발 도중에 출시 타겟으로 삼은 Apple II의 사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된 상황에서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보통의 상업적인 게임들이었다면 일단 출시하고 빠르게 후속편을 최고 사양에 맞춰 개발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리처드 게리엇에게 그런 짓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자신이 만드는 게임은 언제나 세계 최고여야만 했다.

   
[Ultima VI]유튜브(watch?v=7nBWuV_E6Eg)

결국 ‘울티마6’는 전면 개발취소 결정을 내리게 되고 새롭게 16비트 PC에 맞춰 다시 개발하는 고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의 개발 기간과 비용이 모두 증발해 버리는 뼈아픈 실책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출시 이후에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바보 같은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에 ‘울티마6’는 다시 새롭게 개발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당시에는 리처드 게리엇의 이런 판단을 과도한 아집이 불러일으킨 회사 경영의 악화의 요인으로 꼽았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리처드 게리엇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울티마6’가 출시된 1990년 6월에는 기존에 게임 출시를 우선으로 했던 Apple II와 코모도어 64등의 PC들이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그 빈 자리를 IBM호환 PC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반대로 IBM호환 PC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가면서 다른 기종의 PC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울티마 6와 함께 같은 해인 1990년 9월 26일 출시된 ‘윙 커맨더(Wing Commander)’ 역시 IBM-PC / MS-DOS버전으로 출시되어 이제 PC게임은 IBM호환 PC가 선점해 가는 것이 명확해졌다.

   
[Ultima VI]https://wiki.ultimacodex.com/images/thumb/3/36/U6map.jpg/300px-U6map.jpg

하지만, 리처드 게리엇의 선견지명과는 별개로 컴퓨터 게임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IBM-PC 위주로 게임들이 출시되고 시장이 정리되면서 기존에 Apple II, 코모도어 64 등 다른 컴퓨터들이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소매상들의 해당 플랫폼 게임 타이틀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파산한 소매상들이 늘어 가기 시작했다.

오리진 시스템즈는 애초에 단순히 게임개발만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가 아니었고 초기 울티마 시리즈 1, 2편에서 유통사에 당했던 일 때문에 개발부터 출시 후 유통까지 할 목적으로 만든 회사였기 때문에 게임 소매상들의 파산은 오리진 시스템즈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파산 직전의 소매상들로부터 게임 타이틀 반품이 늘어 가기 시작했고 파산한 소매상들에게는 대금 회수가 안 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오리진 시스템즈의 재정에도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코모도어 64는 1982년 코모도어 인터내셔널에서 출시한 8비트 가정용 컴퓨터(PC)로 코모도어 64에서 숫자 ‘64’는 64비트라는 의미가 아니라 메모리 용량이 64KB(킬로바이트)라는 뜻이다. 지금은 사진 한 장도 저장하지 못할 정도의 적은 용량이지만 1980년대 초반에 64KB라는 메모리 용량은 엄청나게 대용량이었고 경쟁업체들의 PC는 대부분 32KB 수준이었다.

코모도어 64는 1986년 북미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최대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부침은 있었지만 늘 30%대를 유지하면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PC 중에 하나였다. 1980년대 IBM-PC는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이라는 회사 이름 그대로 사무용 PC를 컨셉으로 대기업 납품을 위주로 하는 업무용PC라는 인식이 강했다.

   
[IBM-PC (IBM 5150)]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Ibm_pc_5150.jpg

1980년대만 해도 본격적인 컬러 그래픽 카드나 사운드 카드와 같은 주변장치가 부족한 IBM-PC에서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고 그래픽 처리 능력이나 사운드 기능이 있는 Aplle II나 코모도어 64와 같은 컴퓨터들이 오히려 게임용으로 더 적합했다. IBM-PC가 출시된 1980년대 초기는 이미 애플의 Apple II나 코모도어 64와 같은 기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다.

개인용(가정용) 컴퓨터라는 뜻에서 ‘PC(Personal Computer)’라 불리는 지금의 컴퓨터와 같은 것들은 초기에는 홈 컴퓨터(Home Computer)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컴퓨터라는 장비가 대규모와 거액의 장비였던 1970년대에는 대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나 쓸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컴퓨터를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술의 발전과 장비의 소형화가 거듭되면서 점차 집 안에도 컴퓨터를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홈 컴퓨터라 부르던 시절 IBM에서 ‘IBM Personal Computer 5150’이라는 모델을 출시하면서 현재와 같은 x86아키텍처와 MS(마이크로소프트)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큰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고 그 동안 부동의 절대강자의 자리에 있던 업체들이 밀려나면서 순식간에 PC시장은 IBM-PC(IBM-호환 PC)가 차지했다. 지금은 단어조차 생소한 ‘IBM-호환 PC’ 또는 ‘IBM-PC 호환기종’과 같은 말은 IBM에서 PC를 만들면서 자사의 아키텍처를 공개해 누구라도 비슷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Apple II나 코모도어 64, FM-Towns 등 기존의 컴퓨터들이 아키텍처를 공개하지 않고 자사에서만 제품을 출시하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이고 놀라운 일이었다. IBM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기존의 기술 폐쇄적인 제품들에서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IBM-PC 호환 기종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리차드 게리엇 또한 기존에 중시했던 Apple II 컴퓨터나 코모도어 64 그밖의 다른 컴퓨터보다 IBM-PC를 눈여겨 보았다. 그리고 16비트 IBM-PC에 울티마 시리즈 최초로 6편이 전격 출시되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과는 별개로 이미 ‘울티마’ 6편과 ‘윙 커맨더’ 개발을 위해 막대한 개발비를 집행했고 중간에 게임개발을 한 번 뒤집어서 재개발을 하느라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등 회사의 비용지출이 심해지면서 현금흐름이 좋지 않았고 대금회수도 되지 않는 일이 겹치면서 오리진 시스템즈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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