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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칼럼] 신호등 없는 교차로, 자율주행 포기해야 할까?실제 실험차량 탑승할 때마다 가슴 졸이지만,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능성 생각도
정리=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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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8  11: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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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지난해, 코로나19의 위협 속에도 나의 연구실 대학원생들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먼 길을 수시로 오갔다.

2019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여러 연구소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차량으로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차들이 일정한 방향, 일정한 속도로 차선을 따라 달리는 고속도로 같은 곳이 아니라, 동네 뒷길처럼 차선도 없고 다양한 장애물과 돌발 상황이 있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대중 교통수단을 직접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 약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유통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에도 중요하다.

우리가 주로 했던 실험은 자율주행자동차가 주변의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고 안전하게 회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 실험을 하기 전에 잘 짜인 논리대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한 줄 한 줄 수십 번 검토하여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무수히 반복한다.

유능한 대학원생들이 그렇게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도, 대학원생들이 자율주행자동차에 실제 탑승할 때마다 나는 마음을 졸인다.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실험용 쥐로 자원한 것 같은 경험이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 폭이 좁고 길가에 다양한 장애물이 쌓여 있는 소위 비정형 도로가 많아 그런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충돌회피 알고리즘’이 잘 동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율주행자동차에 탑재된 여러가지 센서들이 주변 환경을 잘 관측하고, 그 관측 데이터로부터 자동차 주변에 이상한 물체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센서 데이터로부터 물체를 인식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믿을 수 없다. 자율주행자동차에 흔히 사용되는 라이다나 카메라 같은 센서들이 악천후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맑은 날에도 전방에 있는 물웅덩이(포트홀)를 지면에 얼룩이 진 것으로 착각하여 자동차가 갑자기 덜컹거리기도 한다.

풀이 난 곳과 공사 자재 등이 쌓여 있는 곳을 구별하지 못하여 그냥 지나가도 될 것을 옆으로 급하게 회피하기도 한다. 길가에 정차해 있는 트레일러 트럭과 컨테이너를 혼동하여 감속하지 않고 지나치고, 공사 구간에 세워진 마네킹 신호수를 길을 건너려는 사람으로 오인하여 급정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알고리즘을 학습시킬 때 데이터로 제공하지 않은 종류의 물체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센서나 인식 알고리즘이 잘 동작하고,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는 안전한 경로를 신속하게 계산해 주더라도, 탑승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겁이 난다.

실제 장애물과의 안전 거리나 제동 거리에 대해 탑승자는 충분하지 않다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탑승자의 시야에 보이지 않았던 작은 장애물을 피하려고 할 때 자동차가 왜 그런 동작을 취하는지 몰라 짜증날 때도 있다.

특히 일반 비(非)자율주행차량들과 혼재하여 주행하기 때문에,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 거의 동시에 진입한 차량이 있다면 양보를 할 것인가 등과 같이 애매한 상황들도 수시로 발생한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과연 인터넷과 방송에서 떠들 듯 자율주행기술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지 의심에 빠진다. 

그럼 그렇게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비정형 환경에서의 자율주행은 포기해야 할까? 

고속도로와 같이 정형화된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성숙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불확실한 요인들을 연구개발을 통해 차츰 줄여나감으로써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자율주행기술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불확실성에 겁을 먹지만, 이는 우리의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야기할 문제들에 대해 두려워하여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불확실한 점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다.

빛은 파동인 줄 알았는데 입자일 수도 있는 것 같다는 불확실성을 파고든 끝에 빛의 이중성을 알게 되었듯이 말이다.

1년 전, 아무도 지난 한 해가 그렇게 흘러갈 줄 예상하지 못했다. 여전히 언제 우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확실치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속 움츠리게 만드는 두려움이 아니다. 불확실성을 포용하며 수수께끼 풀듯 해결하면서 더 발전해 나아갈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긍정의 힘이 더욱 필요한 때다.

수 년 걸릴 거라는 예상을 깨고 코로나 백신이 1년 만에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의 불확실한 새해에 조금은 희망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려 한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믿고 말이다.

김현진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hjinkim@snu.ac.kr

■ 김현진 교수 프로필

現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2004-현재)
KAIST 기계공학과 학사 (1995)
UC Berkeley 기계공학과 박사 (2001)
現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2019-현재)
現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2020-현재)
前 UC Berkeley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사후 연구원 (2002-2004)
前 기획재정부 중장기 전략위원회 위원 (2016-2017)
前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 (2014-2017)
前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센터장 (2016)

게임톡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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