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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박영호 대표 “척박한 벤처 생태계 ‘라구나’되고 싶다”3인의 투자 어벤저스 ‘SW-HW-바이오’ 등 3년에 704억원 펀드 결성
박명기 기자  |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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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03  07: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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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개발자 출신의 투자회사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박영호 대표. 사진=박명기]

“‘사막의 라구나(laguna)’처럼 벤처 생태계 특급 도우미가 되고 싶다.”

박영호 전 조이시티 대표가 새해 새 명함을 들고 출발을 했다. 투자회사 ‘라구나’의 대표로 척박한 벤처 생태계 ‘라구나’가 되기로 결심했다. 겸임했던 게임사 조이시티 대표직도 내려놨다.

라구나는 작은 호수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그는 2017년 게임사 4:33 대표에서 물러나 중남미로 훌쩍 떠났다. 40일 여행 중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을 만났다. 그 사막의 생명줄이 ‘작은 호수’였다.

며칠간 이어지는 사막 위에는 수많은 화산과 호수가 존재했다. 각각의 호수들은 주변 화산에서 내려오는 천에 함유된 미네랄에 따라 녹색, 검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을 띠고 있었다.

그 호수들에는 플라맹고 무리가 몰려와 작은 물고기나 풀 같은 먹이와 미네랄을 섭취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여행을 마친 그는 주변 생태계에 생명줄이 되는 ‘사막의 라구나’처럼 “벤처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보자”는 뜻으로 ‘라구나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아타카마 사막에 있던 수천개 '라구나' 중에 하나. 사진=박영호]

 ■ 10년 게임개발자-10년 투자자...카카오-W게임즈-액션스퀘어-김기사 내비 ‘대박’

박영호 라구나 대표는 남다른 이력이 있다. 네이버 한게임에서 카드게임을 개발했다. 또한  카카오-W게임즈-액션스퀘어-김기사 내비에 투자해 ‘대박’을 만들어낸 ‘투자’의 마이더스의 손이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50억원을 투자해 820억 원을 회수했다. 전년도 매출이 0.34억 원인 시점에 시리즈A 투자를 단행했다. 2014년 다음과 합병으로 우회 상장시까지 이사회에 참여해 카카오의 초기 성장과정을 함께 했다. 카카오는 2020년 연매출 4조 1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게임사 4:33 대표와 조이시티, 엔드림 등 성공한 스타트업 CEO를 역임했다. 올해 1월 1일에는 2018년 박형준 구경모 전무와 함께 창업한 ‘라구나인베스트먼트’로 돌아왔다.

3인방 모두 파트너이자 대주주로 분야가 소프트웨어-하드웨어-바이오 등 3인 3색이다. 박 대표가 연세대 정보공학과, 박형준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구경모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 등 전공과 분야가 다르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멤버들. 박형준 대표-박영호 대표-구경모 전무-김정민 팀장(왼쪽부터)]

특히 박영호 대표와 박형준 대표는 2010 VC로 한국투자파트너스 입사 동기로 퇴사도 같이 했다. 네시삼십삼분을 거쳐 창업도 같이 해 12년간 동고동락한 사이다. 구경모 전무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여의도에서 IPO(기업공개) 업무를 경험해 성장 및 IPO까지 지원한다.

그는 “라구나는 3년간 704억 이상 펀드를 결성해 총투자기업은 47개사다. 연평균 171억원을 투자했고, 펀드 잔여액은 100억원이다. 올해는 AUM(운용자산규모) 1000억원 돌파가 목표다. 피투자기업 중 3개 기업이 올해 IPO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디지털+언택트’ 흐름 가속화...“쿠팡 55조 규모 나스닥 상장 쾌거”

최근 게임업계의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다. 박 대표는 “게임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삼성-LG-현대 등 전통기업을 제치고 프로야구단이 우승한 것도 기쁜 일이다”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으로 쏠림이 커지는 현상은 안타깝다. 게임업계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 투자에는 변화도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지프차 타고 3박4일 투어하던 독일 친구들과 박형준 대표와 박영호 대표. 사진=박영호]

그는 “이미 스마트폰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음식, 여행, 놀이 등 의식주와 비즈니스 전반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10년째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디지털+언택트라는 흐름이 강제화, 가속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근 빅뉴스를 장식한 쿠팡의 나스닥 상장 소식에 대해 그는 “한국 내수기업이 미국에서 500억 달러(약 55조 5000억원) 규모 상장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뉴스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벤처 시장은 작은 시장이 아니다. 세계 앱 시장을 석권하는 구글플레이를 보면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다.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쿠팡이 가장 큰 외국회사 IPO라는 분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택트 시대 ‘디지털전환’에 따른 플랫폼의 영역 확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어느 분야의 1등 기업은 그 분야에서만 1등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가령 카카오의 경우 메신저, 은행-결제, 택시, 게임, 웹툰, 커머스 등 다 잘한다.”

하나의 앱으로 ‘사통팔달’ 통하니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하고 친절하지만 독과점은 더 심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기업의 한계가 있다면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등은 영역과 국적을 초월하는 독점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

   
▲ [NHN에서 게임 개발자로 발표를 하고 있는 박영호 대표. 사진=박영호]

■ “코로나19 터널 지나면서 게임분야 투자, 더 커질 것이라는 희망 있다”

박 대표는 카카오를 투자했고, W게임즈 IPO를 하는 등 게임 투자 1세대다. 언택트 시대 게임투자는 어떨까.

그는 “게임 분야 투자는 더 커질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밖에 나가서 놀지 말고 집에서 게임을 하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게임을 접한 세대가 등장했다. 2021년형 테슬라에서 사이버펑크가 돌아간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카 등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늘어난다. AI의 발전과 디스플레이형 디바이스의 증가로 게임 같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지금보다 몇 배는 늘어날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게임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투자자인 그는 늘 숱한 스타트업과 열정을 가진 개발자들을 찾고 ‘발견’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

여러 시각이 있지만 그는 “인디정신은 자본의 규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개발에서의 ‘독립’에서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때론 생태계를 위해 ‘시각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생태계를 위해 대형게임사들이 매출의 10%를 자신의 영향력이 없는 무관한 ‘독립’ 개발에  지원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며 벤처 정신을 강조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 과정시절 박영호 대표(왼쪽부터 세번째). 맨 왼쪽은 현 펄어비스 대표 정경인. 사진=박영호]

■ 투자자는 ‘발견자’다....유저 100만명일 때는 늦다, 1만 명때 찾아야 한다

박 대표는 투자자를 ‘발견자’라고 칭했다. 남보다 빨리 ‘뜨기 전’에 발견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유저가 100만 명이 되었을 때는 늦다. 1만 명이 되었을 때 발견해야 한다. 2011년 보자마자 카카오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시장이 고도화되어 경쟁이 치열하고, 자본싸움도 뜨겁다. 투자 VC도 많고 기업도 많아졌다. 그래도 우연이든 인맥이든 대세인지든 판단은 투자자가 결정한다.”

그가 투자자로 입문할 때는 게임의 경우 5억~10억 투자를 하면 승부가 났다. 이제는 퀄리티가 높은 게임이 많아 50억 정도 되어야 도전 기회를 갖는다.

그는 “포커에서 딸 확률이 20% 정도라고 한다. 수익은 5분의 1일 정도다. 더 중요한 것은 승률이 아니다. 승률보다 수익률이 중요하다. 15년 간 달려와 보니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는 1% 정도가 성공한다.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도 승률보다 수익률이 중요하다. 작은 안타 많은 것보다 큼직한 홈런이 필요하다”고 웃었다.  

   
[개발자 시절의 앳된 모습.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진=박영호]

특별히 힘들었거나 애착이 가는 투자건에 대한 질문에 박 대표는 아이두아이엔씨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11년 초등학생 타겟 카툰풍 PC MMORPG를 개발 중 시장이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기와 맞딱뜨렸다. 회사는 위기를 맞아 추가 투자를 했다.

이후 급하게 모바일로 전환 넷마블에서 ‘샤이닝스토리’로 출시했지만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어려워졌다. 이후 넥슨을 접촉해 타겟이 유사한 PC와 모바일 MMORPG를 개발했던 경험을 근거로 ‘메이플스토리’ 모바일을 외주 개발하겠다 제안했고 받아들여졌다. '메이플스토리 모바일'은 성공했고 이 회사는 넥슨에 인수되었다.

■ 5~10년 자기 섹터에서 전문가 성장 ‘네트워크-경험’으로 VC성공

VC 되는 길은 따로 없다. 학원도 없다. 다만 자기 분야에서 ‘안목’이 있는 전문가들은 더 쉽다.

박 대표는 “VC를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따로 정답이 없다. 자기 섹터에서 5~10년간 경력을 쌓아 전문가되어 ‘그루(guru, 전문가나 스승)’가 되라고 답한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을 때 문을 두드리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영호 대표는 흔치 않은 개발자, 프로그래머 출신의 VC이다. 정보보호와 이커머스, 온라인게임 개발자를 10년,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나서 투자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게임업체와 MCN업체의 대표 등을 겸직하기도 하였다. 

   
▲ [500억을 투자해 3600억원을 회수한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박영호 대표. 사진=경제채널 유튜브 신사임당]

이 같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펀드 출자자로 크래프톤, 넵튠, 조이시티, 스탠드컴퍼니(구 트리노드)가 참여했고, 김기사 창업자와 김강석 전 크래프톤 창업자 등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화려한 경력에 불구하고, 그는 “벤처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보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스타트업을 찾아 나서는 박영호 대표.

요즘 투자자로서 AI와 컨텐츠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좋아하는 여행을 못 가서 아쉽다”고 웃었다.

박영호 대표는?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 전공
現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
現 조이시티/엔드림 CIO
네시삼십삼분 대표이사
 한국투자파트너스 인터넷/소프트웨어 팀장
 네이버 개발팀장
 사이버텍홀딩스 연구원 등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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