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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LOL '대리랭크' 충격, 승자독식사회 복사판이병찬 변호사 ‘업무방해죄 아니지만 약관 따라 제재 가능’ 해석
이병찬 기자  |  gerrard76@face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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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28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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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로부터 돈을 받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의 랭크(게임 내 순위)를 대신 올려주는 일명 ‘대리랭크’ 서비스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종래에도 돈을 받고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주거나, 플레이어의 랭킹을 올려주는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나 동유럽처럼 인건비가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제공됐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소개 페이지 (©RIOT GAMES)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랭크 서비스가 새삼스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 LoL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래에는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비교적 음성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대리랭크 서비스가 이번에는 “전직 프로게이머와 챌린저 유저들이 모여있다”는 광고와 함께 공공연하게 고객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리랭크 서비스는 불법일까: 업무방해죄 여부 검토

대리랭크 서비스와 관련해서 게이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과연 대리랭크 서비스가 불법인지 여부일 것입니다. 만약, 대리랭크 서비스가 불법이라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리랭크 서비스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된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대리랭크를 맡기면 대리인이 플레이하는 동안은 게임을 잘하는 플레이어가 낮은 랭크로 게임을 하게 되고, 대리가 종료하면 게임을 못하는 플레이어가 높은 랭크로 게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력과 랭크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리랭크 업체는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고 실력에 맞지 않는 랭크를 갖도록 해줌으로써 라이엇 게임즈가 실력에 맞게 게이머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게임을 해야 재미가 극대화되는데, 랭크에 따라 배치를 해도 경기력에 큰 차이가 난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의 업무는 랭크가 비슷한 게이머들을 매칭시켜 주는 것이지, 플레이어가 랭크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업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랭크는 실력을 추정하도록 해주는 지표에 불과합니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친구나 가족이 랭크를 올려주거나, 이미 LoL의 고수인 플레이어가 세컨드 아이디를 만든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양자 모두 실력과 랭크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대리랭크 서비스의 경우와 차이가 없습니다. 랭크와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경우를 처벌해야 한다면 이와 같은 경우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약관에서 대리랭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이용을 정지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약관 내용에 따라 대리랭크를 맡긴 게이머의 계정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라이엇게임즈의 인터넷방송 대리게임 모터링 결과 발표
   
라이엇게임즈 공지
게임에서까지 이어지는 승자독식사회의 비극

대한민국은 경쟁이 치열한 나라입니다. 어딜 가나 성적과 등수로 우열을 결정합니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석차에 따라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서는 학점과 영어성적 등에 따라 회사에 취업합니다.

취업 이후에도 평가 결과에 따라 승진이 결정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렇게 끊임없이 경쟁을 겪어야하고, 오직 승자에게만 권력과 부, 명예를 주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살아가다보니, 편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랭크를, 그리고 레벨을 올리고 싶은 충동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리랭크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학력을 위조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스펙을 허위로 유지하려고 할 때 그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는 신정아 사건 등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돈으로 랭크를 올리면, 잠깐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랭크에 맞지 않는 실력은 주변 사람들의 더 큰 비난을 가져올 뿐입니다.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내가 강하다는데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강해지고 있다는데 있는 게 아닐까요.

라이엇 게임즈도 이번 기회에 랭크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LoL의 랭크 시스템은 일단 랭크가 올라가면 다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 시즌 내내 대리랭크의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적 기록에 맞추어 랭크에 변동을 준다면 돈을 주고 대리랭크를 맡길 동기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높은 랭크를 유지하려면 계속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게이머들이 게임의 참된 재미를 자각하고, 라이엇 게임즈도 고객의 기대에 맞추어 시스템을 개선하여, LoL이 보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게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병찬 변호사, 법무법인 정진 gerrard76@face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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