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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의 e스팟] 청소년보호법 칼춤과 복어알 그리고 스폰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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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27  13: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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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기의 e스팟] 청소년보호법 칼춤과 복어알 그리고 스폰서 검사

‘오는 듯 하더니 가더이다’라는 봄입니다. 테헤란로에 둥지를 튼 지 20여일, 삼성동은 참 묘한 곳이란 생각을 합니다. 엔씨소프트, 넥슨, MS 등 게임사나 IT업체의 최첨단 빌딩이 즐비한 가운데 소송으로 인해 몇 년째 올라가다 만 건물도 있습니다. 도로는 밤낮으로 짜증날 정도로 막힙니다. 한편으로는 ‘강남의 허파’라 불리는 선정릉이 푸르름과 여유를 선사합니다.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은 골목 풍경입니다. 자칫 잘못 들어서면 강북 북창동에서 대거 이동해왔다는 룸살롱, 마사지, 안마시술소가 꽉 들어차 있어 화들짝 놀랍니다. 어떤 이는 가족이 회사에 찾아왔다 골목에 잘못 들어 아이로부터 “저게 뭐냐”고 물어 적잖이 당황했다는 경험을 말해준 적도 있습니다.

테헤란로는 이렇게 첨단과 고풍, 성과 속이 교묘한 공존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도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내려 회사를 향합니다.

출근길 트위터에 뜬 핫 이슈는 검사님의 역정과 탤런트 현석의 복어국 중태였습니다. 한 시사프로 PD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검장 검사님은 “니가 뭔데 난해하게 노냐, 그러다가 매장된다”는 섬뜩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탤런트 현석은 복어를 먹다 중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테헤란로에서 새로 밥벌이를 시작한 직장인에게 이 두 뉴스는 요즘 한창 논란 중인 청소년보호법의 게임 이중규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서 백구두를 신고 열연하던 탤런트 현석은 왜 중태에 빠졌을까요?

게임업계에서는 지난 12일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대책’이라는 강도높은 자율적인 규제안이라는 옥동자를 낳았습니다. 넥슨 등 메이저사들은 셧다운제, 피로도 시스템 도입, 100억 발전기금 모금 등 정말 쉽지 않은 합의였습니다. 서로 애썼다며 등을 두드리고 있는 사이 난데없이 여성가족부가 끼어들었습니다. 1년 넘게 계류됐던 법안을 토론과정을 서면으로 대체하면서 기습적으로 법안심의 소위로 넘겼습니다.

이 개정안은 셧다운제 등 이미 게임산업진흥법에 담겨진 내용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시대착오적인 이중규제 논의는 어찌보면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니 영역을 놓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과 ‘실적 올리기’라는 인상을 줍니다.

게임인들은 입을 모아 “문화콘텐츠 중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앞서는 10억달러 수출 역군이라며 박수칠 때는 언제고 이젠 칼춤으로 위협하느냐”라고 자조합니다. 마치 게임을 무슨 동네북처럼 취급하려 드는 여가부에 대한 반감을 다 표현 못하고 속앓이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논의 과정만으로도 게임산업에 피멍이 든다”고 소군댑니다.

게임업계도 사회공헌과 청소년 문제에 소홀히 한 측면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규제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우려스러운 건 여가부 측 논의가 “게임은 독극물이고 마약”이라고 말할 뿐 게임 콘텐트에 대한 이해 노력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게임은 게임법으로 영화는 영화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은 그런 뜻입니다.

더욱이 여가부 법안에 대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는 일부의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육성기금 재원 마련 연구 용역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경륜 경정법 개정안에 따라 기금이 줄어드니 게임업계로부터 매년 걷어 충당하려는 것이 진짜 노림수라는 의혹을 살만합니다.

청보법 개정안은 현재 여론 수렴을 위한 충분한 토론과정도 생략하고 소위를 통과해 법사위 최종심의를 남기고 있습니다. 최종 심의에서는 부처간 이견이 있을 경우 차관이 나와 조율하는 마지막 과정을 거칩니다.

원래 27일로 예정된 법사위 심의가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일정이 미뤄졌다고 합니다. 현석씨를 중태에 빠지게 한 건 정식 자격증이 없는 횟집 경력의 지인이 섣불리 독성이 강한 복어알을 요리했기 때문입니다. 회복이 되더라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합니다.

게임인들의 반발은 이중규제에 대한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게임 콘텐츠에 대한 진흥과 규제는 당연히 그 콘텐트를 잘 아는 부처나 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첨단과 고풍, 성과 속이 교묘한 공존과 조화를 이루는 테헤란로를 걷습니다. 불현듯 청보법 개정안 심의가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미뤄졌다는 것이 겹쳐집니다. “니가 뭔데 난해하게 노냐, 그러다가 매장된다” 이 봄날 그 목소리를 듣고 놀라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2010년 4월 22일 플레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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